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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산맥, 벽 속의 쥐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단편

광기의 산맥은 쓸데없고 지루한 묘사만 100페이지 가량 늘어놓아서 거의 훑다시피 읽었다. 대충 남극에 있는 산맥이 얼마나 거대하고 신비롭고 으스한지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글이 재밌지도 않다. 그래도 후반부는 좀 괜찮게 읽은듯. 무서운 와중에도 손전등 빛을 줄여가면서까지 괴물을 따돌리는 사람들이 인상 깊었다.

벽 속의 쥐는 꽤 재밌었다. 광기의 산맥, 우주에서 온 색채의 주인공이 특정 사건에 의해 미쳐버린 주변인을 관찰하는 관찰자 시점이었다면 벽 속의 쥐 주인공은 본인이 진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이자 광인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자신의 저택에 얽힌 수많은 괴담을 듣고도 괜찮은 것같아 보였지만 사실은 굉장히 신경쓰고 있었고, 공포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추악함이 곧이 곧대로 드러나는 묘사가 후반부에 몰아쳐서 재밌게 읽었다. 책 초반부에 ‘양심의 가책이나 법의 심판보다 더 무시무시한 공포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았다’ 라는 묘사가 나오는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로서는 상상이 잘 안 가는 느낌이라 신기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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